기획자의 말 : 지금, 여기서 시작한다.

언젠가 교수님에게 여쭤본 적이 있다. “교수님은 어떻게 디자이너 커리어를 쌓으셨어요?”, “교수님은 어떻게 글을 기재하기 시작하셨어요?” 교수님들 대부분 이렇게 대답해주셨다. “친구가 전시 포스터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친구가 전시하는 데 서문을 써달라고 부탁해서 그렇게 쓰게 됐어요.” 그런 대답을 듣고 있다 보면 나는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교수님, 그런 부탁을 하는 친구가 없다면요?’

웹진 롶(Rof)은 그 질문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해답이다. 나에게는 그런 친구가 없다. 언젠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게 언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히 기다릴 수도 없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비평 공모를 찾아보니 지원 자격은 모두 글 한 편 이상이 기재 된 경력이 있어야 한단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취직과 인연이 없는 삶을 살겠다고 여겼지만 프리랜서의 세계에서도 ‘신입은 그럼 어디서 경력을 쌓나요?’ 현상은 똑같았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이유로 비평 공모에 지원할 수도 없다. 그렇다. 이 웹진이 해답이었다는 말은 즉, 신입인 내가 경력을 쌓지 못한다면 경력이 될 곳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내가 글을 기재할 플랫폼이 없다면, 내가 만들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래서 롶이 탄생했다.

이 웹진을 구성하는 모든 필진은 20대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제도라는 울타리 너머에서 그 안을 바라보며 가지는 시각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이다. 우리는 미술대학을 다니며 여러 수업을 듣고, 작품을 제작하고, 미술(작품, 작가, 전시, 제도 등등)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기 위한 훈련을 했다. 하지만 제도 안에 아직 편입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전문적이지 못하고, 때로는 서툴고 감정에 치우치기도 한다. 하지만 제도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시선이 있다. 전시와 작가, 제도의 복잡한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기에 오히려 결과물에 집중할 수 있고, 아직 닿지 못했기에 낯설게 볼 수 있다. 이런 시각은 빠르면 10년 안에 퇴색되거나 현실과 타협하여 변형될 것을 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치기 어림과 무지하기에  말할 수 있는 시선을 기록하고자 한다. 

롶은 그런 주목 받지 못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나 미성숙한 존재로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의 미술계를 함께 경험하는 미래의 동료이자 20대를 구성하고 있는 감각의 주체이다. 롶은 전문적인 미술비평을 하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세대가 가지고 있는 시각, 감각하는 것 그리고 공유하는 감정을 기록하며 세대의 해상도를 높이는 발화 지점이다.

롶이 보여주고 우리가 시도하는 것들이 결국에 어떠한 의미와 가능성의 형태로 남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계속해서 실험하고 도전할 것이고 이런 희망은 어떤 방향이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너무 거창한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가? 원래 20대는 비약이 좀 심하다.

박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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