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차는 시속 70km로 항속주행 하면 계기판에 약 1,700rpm이 찍힌다.
엔진의 크랭크샤프트가 1분에 몇 번 회전하는지를 뜻하는 RPM. 이 수치가 1,600~1,900 사이에서 시속 70~90km를 유지할 때, 자동차는 연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70km/h의 속도와 1,700rpm의 조합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엔진부하율은 약 45%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멀리 갈 수 있는 엔진이 찾아낸 가장 이상적인 균형의 구간이다.
정릉터널을 지나 강변북로로 빠지기 전까지 이어지는 제한속도 70km/h의 내부순환로.
도심 한가운데를 가르지만, 이 길에는 묘한 고요함이 흐른다. 양옆을 감싸는 방음벽은 바깥세상의 소음을 적당히 걸러내고, 기분 좋은 폐쇄감을 만들어준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길을 유난히 좋아한다. 차창 밖의 소란은 희미해지고, 방음벽 너머로 듬성듬성 켜진 건물의 불빛들은 마치 밤하늘에 흩뿌려진 별처럼 반짝인다.
그 빛들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면 그저 점에 불과하지만, 70km/h의 속도에서는 하나하나가 또렷한 풍경이 된다.
나는 너무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이 속도의 여유를 즐긴다. 세상의 불빛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딱 알맞은 속도이기 때문이다.
내부순환로는 구불구불하다. 완만하게 휘어졌다가 다시 펴지고, 또다시 예상치 못한 곡선이 이어진다. 끝이 훤히 보이는 직선 도로가 아니기에, 이 길에서는 과하게 힘을 주어 달리면 위험해진다. 적당한 흐름을 타야지만 비로소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문득 생각한다.
인생도 이 도로와 닮아 있지 않을까 하고.
앞이 명확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더 애를 쓰고, 더 빠르게 달려가려 한다.
하지만 곡선이 이어지는 길에서 무리하게 가속하면 어느 순간 균형을 잃듯, 인생 역시 지나친 조급함은 결국 우리를 미끄러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재촉한다.
남들보다 조금만 늦어도 뒤처진 것처럼 말하고, 때로는 안타깝다는 듯한 동정의 시선을 보낸다. 대학이 늦어지면 취업은 언제 하냐고 재촉하고, 취업이 늦어지면 돈은 언제 모을 거냐며 등을 떠민다.
이런 시선과 말들은 괜히 불안해지게 만든다. 가속 페달을 더 깊게 밟아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시대는 100세 시대가 아닌가.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하면 또 어떤가.
오바마는 55세에 은퇴했지만 트럼프는 70세에 취임했고, kfc창업자 커넬 샌더스는 65세에 치킨레시피를 만들어 성공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정말로 ‘늦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들이 늦어서 못하는 일은 키즈모델 뿐이라 하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시속 70km로 내부순환로를 항속주행하는 1,700rpm의 엔진처럼 살고 싶다.
과하게 무리하지도, 그렇다고 멈춰 서지도 않는 삶.
필요 이상으로 가속하지 않아도 충분히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삶.
주변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며 오래 달릴 수 있는 삶.
조급해하지 않고, 나만의 리듬과 속도로 묵묵히 이어가는 유연한 삶 말이다.
한이삭
hanisak98@naver.com
